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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가 이야기하는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그린백 2021. 3. 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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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현지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친구랑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이 친구와는 별의별 이야기로 수다를 떨곤 하는데, 이번 주에는 '자동 번역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왜 외국어를 배워야 하느냐'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TED Talk 에서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요약하고 필자의 생각을 덧붙여 공유해 보기로 한다. 연사는 J. McWhorter(맥워터), 컬럼비아 영문학 및 비교문학 교수로 재직 중인 언어학자이고, 영상은 2016년 2월에 촬영되었다. (영상 전체는 본문 하단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1. 언어를 통해 문화를 학습할 수 있다.

"그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문화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점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점이지 않을까 싶다. 한국어 전공 친구와도 이 점에 대해 많은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의 언어로 이야기했을 때 많은 벽이 허물어진다는 사실에 공감을 했다.

나의 사례를 들자면, 대학생 시절 동아리에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1학기동안 있었는데 아무리 중간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한국인 학생들과 매개를 한다고 하더라도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그 친구들도 한국 사람들과 같은 술자리에 있으면서 '건배'를 들었지만 비슷한 느낌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한국어를 했었다면 더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2. 이중언어 사용자는 인지적으로 우수하다.

연사는 이중언어 사용은 치매 예방이나 멀티태스킹 같은 과업 수행에서 더 나은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연사도 짧게 언급하고 넘어갔는데, 아무래도 논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 스스로도 '잘 발달된' 이중언어 사용자는 언어 통제 능력이 우수하고, 이를 통해 여러 인지적 능력이 발달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다. 

3. 언어 학습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언어 학습 자체가 주는 즐거움. 적극 동감한다. 우리의 첫 외국어 학습 경험은 (아마 같은 또래이실 분들은) 중학교, 혹은 빠르면 초등학교였을 것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행운을 겪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외국어 학습의 재미보다 하나의 '교과'로서 접하며 부담감을 느꼈을 가능성도 많다. 그런 분들께는 외국어 배우는 게 재밌어요!라고 이야기를 해도 옛 기억 때문인지 고개만 그저 끄덕거리곤 한다. 

하지만 분명 새로운 언어는 재미있다. 어려움을 떠나서 말이다. 연사는 앞서 la table 라는, '책상'이라는 프랑스어를 알려준다. 필자는 처음에 프랑스어를 배울 때 명사에 성을 붙여 이야기하다니, 이 점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후 독일어를 배우면서 어... 이건 좀 많은데... 싶기도 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한 번은 성조가 있는 언어를 배울 때였다. 선생님을 붙잡고 내가 성조와 함께 이야기하는 단어가 선생님께 정확히 전달이 되는지 어린 마음에 계속 확인하고 선생님이 내가 의도한 단어를 정확히 이해했을 때, 선생님과 '통한다'라는 생각이 들어 어린 시절 매우 행복했었던 기억이 있다.

'인생에서 초능력 한 가지를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지겠어요?' 라는 말에 적지 않은 숫자가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이야기할 것이다. (로또!!) 우리는 언어를 배워 나가면서 '아, 이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세상을 이렇게도 보는구나, 생각이 이렇게 언어에 반영이 되는구나'라며 어렴풋하게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언어를 배우는 게 즐거웠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힘들어지는 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즐겁다. 

4. 새로운 기술을 얻을 수 있다.

연사는 '다른 어순으로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어떤 나라에 갔을 때 반대편 길로 운전하는 것과 같다.' 라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독일어에서 과거형을 이야기할 때 마치 우리나라 어순처럼 마지막에 동사가 위치하게 된다. 처음에는 보통의 로망스어도 아닌, 그렇다고 한국어나 일본어처럼 SOV도 아닌, 이 괴랄한 어순은 무엇인가, 라며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 

TED 강의에서 보여준 예. 같은 내용이라도 영어와 중국어로 어떻게 어순이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5. 마치며

이처럼 외국어를 학습해야 하는 이유를 연사는 네 가지로 요약해 말하고 있다.

그런데 뭐... 사실 외국어를 완벽하게 익히지 못해도 그만이긴 하다. 필자가 좋아하는, 아동심리학 전문가이신 오은영 박사가 한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고등학교 1학년 수학 중간시험 점수를 기억하지는 못 해도 열심히 노력했던 기억은 모두 생생히 기억해요." 외국어를 배우는 그 과정 자체가 행복하고 좋은 기억을 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 한 켠에 좋은 영향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만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날 때도 이 점을 꼭 기억하려 한다. 탄탄한 언어 지식에 기반해 효과적인 교수법으로 학생에게 언어 기술을 전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기억이 행복한 자투리로 그들에게 남을 수 있기를. 그렇게 오늘도 수업을 듣고, 수업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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