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어교원 자격증 취득기/(2) 실습 후기

한국어교육실습 후기(4): 중간·기말고사

그린백 2021. 6. 28. 04:42
반응형

실습과목의 중간·기말고사의 가장 큰 특징은 서술형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예전에 한 사회과학 전공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첫 중간고사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조교가 대강의실 칠판에 주제를 쓰고 시작을 외치자마자 주위에서 온갖 필기구가 사각사각거리기 시작했다. 시뻘게진 눈으로 머리에 갓 입력하기 시작한 내용을 시험지에 적어 내려 가는 전공 진입생들과 수업 내용과 교수님의 성향을 적절히 버무려 노련하게 "썰을 풀어내는" 고학번 선배들, 이들의 조화로운 그 하모니 속에서 필자는 잠시 주제를 보면서 생각했다. '아니, 대체 뭘 저렇게 적어대는 거야...' 

그들이 다섯 장을 써 제출하는 사이, 필자는 겨우겨우 한 페이지를 채워 넣고 조교에게 제출했다. 당연히 그 과목은 C+이 떴고, 재수강할 생각도 하지 않은 필자의 성적표에는 여전히 그 과목명이 또렷하게 기재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서술형 시험을 앞둔 필자는 이 나이 먹고 우습게도 참 긴장이 되었다. 

근데, 나이 덕분에 썰 푸는 능력이 좋아진걸까, 아니면 원래 학점은행제라는 곳이 다 이런걸까... 

각설하고, 곧 시험을 치를 분들께서는 각 시험 범위 학습 내용을 정리, 즉 포인트를 정리해 놓는 것이 좋다. 나중에 참고해서 쓰기도 편하지만 이런 정리 덕분에 문제를 보자마자 개요를 잡기에 편리했다. 그리고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한 문제 당 1,000자 제한이 있기 때문에 한 주제에 워드 기본 설정 기준으로 반 페이지 정도로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분량 뿐 아니라 시간도 중요하다. 한 10-15분 안에 한 주제에 대해 쓰는 것을 목표로 하자. 

아, 그리고 눈치 빠른 분들께서는 아시겠지만 시험 창에서는 복사 - 붙여 넣기가 안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간단히 문장 순서를 바꾸려 해도 무조건 Backspace로 문장을 지우고 다시 원하는 위치에 똑같은 문장을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나중에 시험 창을 켜고서 당황하지 말자.

그럼 중간·기말고사별로 짧게 정리를 해 보겠다. 

1. 중간고사

시험문제는 기본적으로 3주에 걸친 이론강의의 범위에 걸쳐 나오며, 문항 네 개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실습의 꽃, 모의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예상 문제들은 쉽게 나올 것이다. 다시 말해 모의 수업의 구성요소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 요소에 대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이론 강의 교안에서 잘 찾아서 정리해 보면 중간고사는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딱히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넉넉하지도 않았다. 평이한 수준이었다. 

2. 기말고사 

기말고사는 총 두 문제로, 자신의 모의수업에 대해 반추해 보는 것이 주요 주제이다. 

굳이 프로젝트/프로덕트 매니저가 아니더라도 회사나 단체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셨던 분들이라면 사후 분석(Post-mortem Analysis) 단계가 익숙하실 것이다. 프로젝트의 목표와 결과, 그리고 잘 되었던 점, 아쉬웠던 점 등을 생각하고 다음 프로젝트에 반영하는 단계인데, 모의수업을 이와 같은 관점에서 분석해 보면 좋을 것이다. 

필자의 기말고사는 점수와는 별개로 엉망진창이었다. 사실 모의수업 시연을 하자마자 간단히 감상을 적어 놓은 것이 있어서 따로 정리를 하지 않은 채 바로 기말고사를 치르러 들어갔다. 그런데 어울리지도 않게 마지막 시험이라는 감상에 젖어(?) 뭔가 거대하게 적어보고 싶어 다른 수업에서 들었던 틀을 끌어다가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시험 중간에 말이다!

게다가 처음에 생각했던 그 틀로 썰을 풀기가 너무 어려워서 도중에 다 지우고 다시 쓰기 시작하는 통에 시간도 턱없이 부족해 용두사미로 끝났다. 다행히 다른 한 문제는 처음 10분만에 작성을 해 둔 터라 그나마 다행이었지, 시험 창의 시계는 59초, 58초,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고 있고. 다시 생각해도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결국 그 시계가 00초를 가리키고 답안은 자동으로 제출이 되었다. 진이 빠진 채 그날은 참 일찍 자러 들어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도 너그러운 채점 기준 덕분에 웃으며 글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이다. (feat. 이적)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쓰겠지만 중간고사, 기말고사, 이 두 평가 덕분에 실습과목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두 평가 각각 지향하는 바가 뚜렷하고 결국 큰 틀에서 실습 과목의 목적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을 앞둔 여러분 모두 좋은 결과, 그리고 그보다 더 값진 배움의 과정을 느껴보시길 기원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