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한국어교육 실습기관을 선택하기까지 필자가 겪었던 고민을 정리한 글이다. 아래와 같은 분들께는 이 글이 작지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원격평생교육원을 통해 선이수과목을 다 듣고 실습 과목 수강신청을 앞두고 있는 분
- 비대면 실습(온라인) vs. 대면 실습(오프라인) 어느 것이 좋을지 확실치 않은 분들
- 해외에 있어 각 교육기관에 전화로 문의가 어려우신 분
참고로 오프라인 교육기관이라고 편의상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온오프라인 병행 운영 중이다. 본 글에서도 편의상 온라인 100%가 아닌 모든 교육기관을 오프라인이라고 지칭한다.
1. 한국어교육 실습 과목 현황
한국어교육 실습은 ①한국어 교수 능력, ②실제 교실 운영, ③교육 행정 등 한국어교육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걸 목적으로 한다. 지난 2017년, 국립국어원에서는 실습 교과목 운영을 위해 '한국어교육 실습 교과목 운영지침'을 발표하고 이를 2020년 1학기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해당 지침에서는 이전까지 허용되던 비디오 강의참관(원격 강의 참관)이 불가능해지는 등 실습생이 실제 한국어교육 현장 경험(강의실습, 강의참관)을 '오프라인으로' 쌓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온라인 실습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하며 최소한 실습만큼은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지기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으로 실습을 진행할 경우 평가자는 실습생의 지식 외에도 인성 및 태도 등을 장기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어 보다 양질의 피드백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실습 지도 교수 및 실습생들과 네트워크를 쉽게 형성할 수 있어 상호 도움을 받기 쉬워질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실습생 또한 온라인 방식의 교육실습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하기도 하는 등 교사, 학생 모두가 온라인 실습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온라인 방식의 교육실습은 차츰 도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지하다시피 코로나19 로 인해 2020년에는 동영상 강의나 실시간 원격 강의로 현장 경험을 대체하는 것이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다. (참고로 2021년 1학기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방침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예비 공지가 올라왔다.)
구성 항목 | 한국어교육 실습 교과목 운영지침(2017) 중 운영 방식 관련* | 코로나 19 대응 2020년 실습 운영 안내문 |
이론 수업 | - 기관의 특성에 따라 온라인,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운영 가능 - 단, 15시간 이하로 구성 |
큰 차이 없음 |
강의 참관 | - 실제 한국어 교육 현장 강의를 참관 (참관이 어려운 경우 강의 실습을 15시간 이상 포함) |
실제 현장 강의 外 다음 선택지 추가됨 ① 동영상 강의 참관 ② 실시간 원격 강의에 원격으로 참관하기 ③ 실시간 원격 강의에 현장 참관하기 |
모의 수업 | - 최소 1회 이상,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실시 - 단, 국외 거주 온라인 수강생에 한해 다음 중 대체하여 운영 가능 1. 담당 교수와 실시간 화상 온라인으로 진행 (실시간 원격 모의수업) 2. 외국인 학습자와 모의수업을 진행·촬영하여 담당 교수에게 제출 |
기존 국외 거주 온라인 수강생에 한해 허용되던 방식이 국내 수강생에게도 허용 (단, 조별 활동으로 운영) |
강의 실습 | - 담당 교수의 지도 下 오프라인으로 실시 (강의실습이 어려운 경우 강의참관을 15시간 이상 포함) |
기존 오프라인 강의실습 外 다음 선택지 추가됨 ① 실시간 원격 수업에 참여, 실제 수업을 진행 |
*학위과정(학점은행제) 75시간(3학점) 실습 기준
2. 실습기관 목록 추리기 (feat. 후기 모음)
일단 필자는 당장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최대한 인터넷을 이용해 각 기관을 추려냈다. 대부분의 원격평생교육원에서 실습기관 리스트를 제공하고 있지만 혹시나 빠진 곳이 있을까 싶어 아예 원 데이터로 접근해보기로 했다. (시간도 많고)
(1) (필수) 학점은행제 홈페이지에서 실습 개설 인가를 받은 교육원 검색하기
우선 실습이 열리는 원격 및 출석 교육기관을 검색했다. 공식 과목명은 '외국어로서의한국어교육실습'이니 이 명칭을 써야 제대로 검색이 가능하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 2021년 1월 기준으로 총 35개 기관이 한국어교육 실습을 운영해도 된다는 '인가'를 받았다고 확인된다.
학점은행제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는 자세한 방법은 아래 글 2-(2) 부분을 참고 바란다.
(2) (필수) 각 홈페이지에서 실습 수강신청이 가능한지 확인
와 35개 기관! 많다!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기관에서 과목 개설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개설이 되더라도 멀어서 못 다니는 곳들도 많고... 그래서 우선 개인 사정에 따라 몇몇 교육원을 제외하였다.
그리고 추려진 약 15개 교육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실습 수강신청이 가능한지 확인했다. Q&A 게시판, 카톡 오픈채팅방, 담당 교수/교직원과의 메일 등 전화가 아니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통로는 많다.
(3) (선택) 후기 확인해보기
수강신청이 가능한 곳들을 추려보고 난 다음에는 각 블로그, 카페 등에서 후기를 긁어 모으고, 일부 후기글은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드려 추가적으로 확인을 드리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시간 내어주신 선배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는 딱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실습은 담당 교수에 따라 복불복.
그래서 이 후기 검색 단계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차피 실습생 입장에서 담당 교수를 선택할 수 없는 입장이니까. (그래서 몇 군데만 해 보다가 후기를 정리하는 걸 포기했다 ㅎㅎ...)
기관(가나다 순) | 주요 후기 내용 | 관련글 링크 |
경희대학교 미래교육원(서울) | - 최근 3년간 4명의 교수가 돌아가며 실습을 담당했는데 담당 교수에 따라 만족도가 천차만별을 보임. | 네이버 카페, 네이버 카페, 네이버 카페, 네이버 블로그 등 |
경희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수원) | - 학과장님에 대한 평판이 상당히 좋음. - 커리큘럼에 대해 대부분 만족 |
네이버 카페, 티스토리 블로그, 네이버 카페, 네이버 카페 ,네이버 블로그 등 |
명지대학교 | - 수강생과 교육기관, 교수 간 의사소통이 편리함 | 네이버 블로그, 뉴엠 수강후기 일부 등 |
배론원격평생교육원 | - 담당 교수 1:1 피드백이 좋음. - 무난하다는 후기 위주. |
티스토리 블로그, 네이버 카페 등 |
진흥원격평생교육원 | - 교수에 따라 분위기 안 좋았던 수업도 있었던 듯 | 네이버 블로그 등 |
3. 최종 선택: 왜 100% 온라인 수업을 선택했는지
최종적으로 필자는 2021학년도 1학기 100%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된다고 하는 모 교육기관의 실습을 신청했다.
사실 앞선 연구자료를 보면, 그리고 상식적으로 봐도 오프라인 수업이 더 나을 것 같아 처음에는 그 쪽으로 알아봤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인지, 학점은행제를 진행하면서 외로움을 타기 시작했는지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그리워서 마지막 결정 순간까지 오프라인으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온라인 수업을 신청했다.
첫째, 필자는 해외에 체류 중이다. 이론적으로 실습 수업을 들으려면 (계절학기가 아닌 이상) 15주 동안 한국에 있어야 한다. 교육원과 협의(?)하고 휴가 일정을 조율하더라도 최소 2달은 한국에 머물러야 했는데 부담스러웠다.
- 참고로 해외에 계신 분들은 계절학기를 적극 활용해보시길 바란다. 경희대에서 거의 매 계절마다 계절학기를 개설하고 있다. 필자는 여름/겨울에 귀국이 거의 불가능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선택지다.
둘째,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2021년 기존 오프라인 교육 기관도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직 실습 기준이 명확히 나오진 않았지만 각 교육원에서는 이미 온라인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경우 오프라인 실습의 매력이 조금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셋째, 기존 오프라인 기관에서 코로나19때문에 한시적으로 원격 수업을 운영한다고 해도 필자가 체류 중인 곳과 시간대가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시차 때문에 사실 선택지가 확 좁아졌다.
위와 같은 이유와 학위과정 단순 이수를 위해 온라인 수업으로 최종 결정했지만 여러 연구에서 이야기하듯 현장 체험 기회가 현저하게 떨어짐으로써 야기되는 문제점이 분명 있다. 이를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강할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야 할 듯하다. 언어 지식 부분은 그냥 공부하면 될 텐데 비언어적 의사소통, 교사말 같은 부분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학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4. 마무리하며
이상으로 한국어교육실습의 현황, 운영방식별 장단점, 교육기관 검색 및 후기와 더불어 필자의 선택지까지 적어봤다.
전 세계 모두가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갑작스러운 변화에 힘들어하고 있다. 직장인에게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같은 반 친구들과 대화한다. 어린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유치원이나 보육원에서 오는 놀이 키트를 받으며 가정보육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비대면 관련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최근 1년간 비대면 관련 기업의 주가는 날로 상승하고 있다. 우리는 아마 생각보다 꽤 오랫동안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마치 어릴 때 맞은 백신 주사 자국이 남아있듯 말이다. 비대면은 새로운 기준(뉴노멀)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의 수혜주로 꼽히는 대표적인 IT/언택트 기업들의 최근 1년간 주가 추이(출처: Google 검색 결과)>
이 상황에서 한국어 교육계가 오프라인 실습이 가져다주는 효용에만 사로잡혀 있다면 현대판 도도새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프라인 수업이 주는 장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들 장점은 온라인 수업 방식을 택하면서 어느 정도 잃게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멋진 장점은 외래종이 들어오기 전 도도새가 모리셔스 섬에서 누리던 행복이다.
굶주린 포르투갈인이 섬에 발을 딛은 지금 이 시점, 도도새는 이제 질문을 달리 해야 한다. 온라인 실습이라는 제약조건 하에서 기존 현장 실습이 주던 장점을 어떻게 최대한 취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지속가능한 한국어 실습 교육의 나침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5. 참고자료
국립국어원(2017), 『한국어교육 실습 교과목 운영 지침 공고』
진정란(2014), 사이버대학에서의 한국어교육실습 운영 사례 연구
육효창(2019), 온라인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의 현황과 과제 - 학위과정의 한국어 교육 실습 교과목의 질 관리를 중심으로
김주희, 김은영(2020), 예비 교원의 인식 조사를 통한 한국어교육실습의 개선 방안 연구 - 학점은행제 수강생들을 중심으로
※ 필자의 실습 후기는 2021년 하반기 중 정리할 계획이다. 갑자기 신청했던 수업이 폐강되진 않겠지...?
※ 2021년 6월 추가: 비대면 한국어교육실습 후기는 다음 글을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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