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어교원 자격증 취득기/(2) 실습 후기

한국어교육실습 후기(5): 마무리

그린백 2021. 7. 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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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 홈페이지에서는 성적이 이상하게 떠서 학점은행 성적표를 캡춰했다. 실습과목은 절대평가라 A, B가 아닌 원점수 그대로 표기가 됨. 

 

드디어 한국어교육실습 후기 시리즈의 마지막 글이다. 여기서는 비대면 실습의 아쉬웠던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었던 점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다. 

과목 영역 5영역(실습) 수강 기간 `21년 3월~`21년 6월
과목 구분 전공필수 과제 주제 N/A
강의 교수 조형일(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초빙교수) 토론 주제(1) N/A
운영 교수 김인규(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대우교수) 토론 주제(2) N/A

 

1. 비대면 실습, 아쉬운 점. 

첫째, 실제 수업 현장을 재현하기 어렵다. 여기서 실제 수업 현장이란 '비대면'을 의미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대학 기관에서도 비대면 강의가 (코로나 덕분에) 꽤 많이 열려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수업 참관생이 한국어 학습자가 아니라 이미 한국어를 모국어로 한 사람이라는 점이 바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이 점이 크게 문제가 될까 싶었다. 하지만 현실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어떤 오류를 생성해 낼 지를 예상해서 수업 시간을 배분해야 하지 않는가? 이렇게 보면 모의수업은 약간 '이상적인' 수업 환경으로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설정이다. 특히 같은 조원끼리 학생 역할을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시간에 쫓기는' 상황임을 감안하여 굉장히 협조적인 수업 환경이 조성된다. 

그래서 한 모의수업 참관 동영상에서는 담당교수가 모의수업 교수자에게 일부러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데 이런 한계점을 고려한 좋은 방법 같다. 

다른 교과 교육 실습은 실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행정까지 포함해서) 적어도 한 달간은 진행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 교육과정 속에서의 실습은 조금 더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실제 시연의 기회가 너무 적다. 총 15주 중 단 한 번만 모의수업을 시연하게 되는데,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실제로 대면 실습 기관에서는 대부분 2회 정도의 모의수업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문형을 중심으로 30분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와 같은 의사소통 과제를 수업 내용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대면 수업에서는 얼마나 하는 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쪽짜리 실습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모의수업 참관 동영상에서 비대면 수업 동영상이 없다. 10주차부터 들어야 하는 모의수업 참관 영상이 하나도 빠짐없이 '대면 교실 수업' 환경에서 촬영된 것들이다. 실제로 학습자인 우리가 시연해야 하는 건 Zoom에서 이루어지는 '비대면 수업'인 만큼, 교육내용 구성을 좀 더 균형감 있게 제공하였으면 한다.

이미 몇 년간 비대면 실습을 진행한 기관에서는 자료가 충분히 쌓여 있을 테니 그중 교육적 자료로 쓰일만한 내용을 선택하여 개인적으로 연락을 돌리면 될 것 같은데... 프로그램 매니저도 아니면서... 참견 멈춰!  

 

2. 비대면 실습, 의미는 있다.

첫째, 교안 쓰는 걸 연습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 전에 문법교육론이나 다른 각론에서 가끔 봐 왔던 교안이지만 막상 스스로 쓰려니 많이 어색할 것이다. 교안을 준비하지 않으면 그 어색한 감정이 실제 수업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특히 도입 부분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참 어려웠는데, 운영 교수님의 좋은 피드백 덕분에 조금이나마 성장한 것 같다. 

최근 모 기관에서 급히 대강(代講)을 의뢰 받았는데, 이 때도 교안을 작성하여 수업을 진행하였더니 학생들의 만족도는 물론 수업에 들어가는 필자의 자세부터가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둘째, 수업을 연구 대상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전에 한국어교육실습 후기(2): 보고서 편에서 다룬 바가 있지만 꽤 많은 참관 보고서와 상호평가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교육 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시각을 훈련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수업을 들을 때나 예전에 들었던 경험을 반추하면서 '나는 이러지 말아야지, 대신 이렇게 해야지' 등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셋째,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실제로 수업을 하는 척이라도 해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 안락했던 월급쟁이에서 프리랜서로 변하면서 제일 많이 느끼는 건 "일단 해 보면서 느는 게 많다"는 것이다. 실습도 마찬가지다. 실습을 하기 전, 모두들 사실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이 이론 수업만 대충 들은 무지랭이 예비 한국어 교원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겁이 나서 뒤로 늦추는 분들도 계실 텐데 그러지 말고 일단 '못 먹어도 고' 정신으로 신청하고 뭐든 해 보시길 바란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 不如一見)이요,
백견이 불여일각(百見而 不如一覺)이며,
백각이 불여일행(百覺而 不如一行)이라.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고,
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 깨우침이 나으며,
백번 깨우침보다 한번 행함이 낫다.

 

3. 마치며

이처럼 아쉬웠던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점 모두가 있었던 비대면 실습이었다.

필자는 실습 과목이 확대되었으면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내용이나 운영 방식은 물론이거니와 실습 대상까지 현직 교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예비 교원 대상 교육이 아니라 기존 교원 재교육 관점에서 실습 비중이 늘어나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같은 일을 계속하다 보면 타성에 젖기 쉽기 때문에 다시 새롭게 자기를 볼 기회가 적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원 재교육은 과연 기관에서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내부 월례 세미나, 외부 세미나 같은 것을 지원해 주려나. 아니면 자기 계발이라는 미명 하에 각자 알아서 하고 있으려나. (혹시 현직 교원을 대상으로 실습과 같은 재교육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있다면 꼭 좀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무튼 이상으로 한국어교육실습 후기를 마친다. 혹시 더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시길 바란다. 다들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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